전성우/이석준/고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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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마가 다시 왔는데 한번은 봐야지 하다가 드디어 예매. 자첫페어 그대로라 너무 반가웠다. 석옵도, 고수희 배우님도 진짜 오랜만에 본 기분ㅠㅠㅠㅠ 그나마 석옵이 재작년에 아들로 한번 봤네... 아니 그게 재작년이야??? 엥??? 시간 빠르기 무슨 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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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열 중블 우통 잡았는데 창문 쪽은 멀긴 하지만 대부분 동선이 이쪽에 쏠려 있어서 보기 좋았다. 특히 마이클이 이쪽 앞에 잘 서는 느낌. 피터슨이 올때마다 의자에 앉은 마이클이 초조해하고 신경 쓰는 것까지 잘 보여서 훨씬 더 이 애가 외롭고 초조해 보였다.
기민한 운동자의 움직임과 계산이 잠시 숨겨진 표정. 늘마 특유의 경계심과 날선 자기방어 너머의 것들. 코끼리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거야. 초식동물이라도 크고 강한 강자니까. 하지만 마이클은 작고 어린 초식동물에 지나지 않아서 너무 약하다. 그래서 늘 눈치를 보고 경계해야만 해. 코끼리조차도 얼마든지 죽여버리는 세상이니까.
우통이다 보니 마이클 뒷모습도 잘 보였는데, 셀프로 목 조르는 시늉을 할 때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벌겋게 손자국이 남아있었다. 그게 마치 늘 죽고 싶어했던 마이클 같아서... 오늘 종일반을 해서 그런지 극 시작하자마자 계속 울고 다니는 모습이 얘가 진짜 너무 많이 힘들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창문 쪽을 볼 땐 전체 풍경이 다 잘 보여서 좋았다. 눈이 내리고 캐롤이 들리는 바깥 세상과 다르게, 마이클은 오늘의 이 소란이 아니었으면 크리스마스조차 혼자 보냈어야 했겠지. 빛을 받고 서 있는 모습이 한층 더 외롭고 쓸쓸해보였다.
2.
석옵은 늘 본인 삶에 짓눌려서 주변의 구조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때론 그 반대이기도 했지만.
오늘 어쩐지 연극 아들이 많이 생각났다. 일상을 영위하고 있으면, 그런 시늉이라도 하고 있으면 정말로 괜찮은 줄 아는 사람. 근데 사실은 밑에서부터 하나둘 무너지고 있는데 그걸 본인만 모르고 있는 거지. 아들 르피스의 피에르가 그랬고, 킬롤로지의 알란이 그랬고, 엘송의 어윈 그린버그가 그렇다.
1분 1초도 놓치지 말고 사랑해주세요. 그 한 마디를 늘 못 지켜서.
세월과 권위가 겹겹이 쌓아놓은 오만을 거둬내고 나면. 사실 무언가 조금이라도 잃게 되버리면, 본인까지 무너지고 말 연약한 사람인데도.
아니 근뎈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늘마 이렇게 계속 우는데 그린버그 왜 이상한 걸 모르냐!! 저정도로 애가 울면 쟨 우울증 중증이야!!!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
고수희 피터슨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차분하고 차가워보이지만 마이클을 볼 때마다 걱정 가득 담긴 눈이라서 매번 너무 좋다ㅠㅠㅠㅠ 진짜 피터슨이 이 극의 따뜻함을 다 쥐고 가는 극인데, 그린버그가 오해하게 할만큼의 서늘함과 마이클이 마지막까지 믿고 따른 따뜻함을 다 갖고 계셔서ㅠㅠㅠㅠ진짜 마이클이 잘 보이는 곳에 있었더니 자연히 마이클을 바라보는 피터슨의 얼굴도 잘 보여서ㅠㅠㅠ 그 눈빛이 얼마나 따뜻했는데.
근뎈ㅋㅋㅋ오늘 코끼리 이야기할때 피터슨이 소리 못 내고 웃으니까 마이클이 숨쉬라곸ㅋㅋㅋㅋㅋㅋ 그래놓고 소리없이 웃느라 넘어가는 거 흉내내는데 앜ㅋㅋㅋㅋ진짜 드물게 덕존까지 다 터진 느낌ㅋㅋㅋㅋㅋㅋ그치만 엘송에서 귀여워봤자 눈물납니다.
4.
마이클을 볼 때마다 그 맘이 알 것 같다. 내가 그 누구에게도 첫 번째가 아닌 느낌. 단 한 번도, 심지어 부모에게서조차 첫 번째였던 기억이 없는 이상 앞으로 평생 나는 누군가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되지 못하겠구나 하는 그 외로운 감각.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걸만큼 외롭고 쓸쓸한 겨울 밤.
5.
하지만 마이클 그거 알아?
안소니가 사랑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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